Sonny Meets Hawk, 1963, RCA
"재즈 색소폰의 아버지 콜맨 홉킨스와 모던 테너 색소폰의 보스(boss) 소니 롤린스의 의미심장한 만남."
프로듀서 조지 아바키안이 쓴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의 이 문구에 이 앨범의 특징이 고스란히 잘 나와 있는 듯 합니다.
비밥의 거두, 콜맨 홉킨스는 어린 시절 소니 롤린스의 우상이었습니다.
소니 롤린스와 재즈 평론가 밥 벨든의 1997년 인터뷰(다운비트 매거진 참조)에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나옵니다.
"열한 살 여름, 나는 해군인 아버지를 따라 아나폴리스 해군기지에 놀러가곤 했다. 그 때 해군 사관 학교에서 일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에게 홀딱 반했었다. 어느 날인가 트럼페터 어스킨 홉킨스 밴드가 해군기지에서 연주하러 왔는데 그녀가 밴드 연주자들과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녀가 연주자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낙담하고 말았다. 그녀가 왜 나같은 꼬마 애송이를 좋아하겠느냐 말이다. 나도 저 무대에서 연주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나도 나의 아이돌, 루이스 조던이나 콜맨 홉킨스 같은 연주자가 되고 싶었다."
"홉킨스는 찰리 파커와 같이 품격이 있었다. 나는 업타운에 살아서 그의 연주를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항상 옷을 잘 입었고 큰 캐딜락을 타고 다녔으며 품위 있게 말하고 행동했다. 당시 유명한 뮤지션들이 다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의 플레이와 그의 품격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홉킨스가 스몰 밴드(비밥 신을 말함)에서 일을 많이 할 때 나는 재즈계에 입문하고 있었다. 홉킨스는 비밥 세션을 처음 한 뮤지션이다. 홉킨스의 하모니에 대한 컨셉은 크게 발전된 것이었다. 나는 그의 하모니를 너무 좋아했다."
(콜맨 홉킨스, 1904.11.21 ~ 1969.5.19)
Sonny Meets Hawk이 녹음됐던 1963년 7월. 짝사랑 하던 여자 때문에 콜맨 홉킨스처럼 되고 싶다는 객기 어린 사춘기 소년은 서른 셋 나이의 그 시대 촉망받는 재즈 뮤지션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롤린스가 아무리 성장했다 하더라도 재즈 색소폰의 전설 홉킨스는 그에게 여전히 경외의 대상이였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 레코딩이 이루어지기 8개월 전, 롤린스가 콜맨 홉킨스의 빌리지 게이트 공연을 본 뒤 홉킨스에게 보낸 찬사와 존경의 편지(아래)를 보면 롤린스에게 있어 홉킨스가 어떤 존재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62년 10월, 소니 콜린스가 콜맨 홉킨스에게 보낸 편지. 확대: 이미지 클릭.)
소니 롤린스가 많은 레코딩을 가진, 재즈의 미래로 각광받았다고 해도 재즈 색소폰의 전설적 존재였던 콜맨 홉킨스가 그와 레코딩을 하게 된 데에는 롤린스가 55년 셀로니오즈 몽크와 레코딩(앨범 Thelonious Monk & Sonny Rollins)했던 경력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롤린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몽크를 따라다녔는데 초보 딱지를 뗀 뒤에는 몽크 밴드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고 이는 몽크가 일찌감치 롤린스의 재목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몽크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당시 뮤지션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Sonny Meets Hawk 앨범에서 콜맨 홉킨스는 '재즈 색소폰의 아버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안정적이고 아카데믹하며 무게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반면, 젊고 유능한 롤린스는 곳곳에서 전통에서 벗어난 무조성의 프리재즈적 라인을 펼치는 등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면들은 All The Things You Are나 Lover Man 곡에서 잘 드러난다고 봅니다.
롤린스와 홉킨스 두 사람의 사운드가 익숙하지 않다면 누가 누구인지 혼동 될 수도 있겠지만 롤린스는 곳곳에서 코드톤과 전통적인 블로잉을 벗어난 프레이즈를 선보이고 있으니 롤린스를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소니 롤린스는 자기의 우상과 함께 연주하는 것이니 만큼 나름 심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와 차별화되는 방식으로 이렇듯 색다른 플레이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첫 곡 Yesterdays에서 소니 롤린스와 콜맨 홉킨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주목해볼만합니다. 롤린스의 솔로에는 홉킨스에 대한 존경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고 홉킨스 역시 롤린스의 솔로에 대한 재치 있는 응답으로 곡을 매우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Yesterday는 소니 롤린스의 인트로로 곡이 시작되는데, 13초의 짧은 인트로가 끝나면 홉킨스는 롤린스가 제시한, 곡의 하모니 윤곽을 바탕으로 멜로디를 베리에이션하며 응답합니다.
홉킨스는 곡의 1:18초 / 1:26초 부분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트릴을 불었고, 또한 솔로 역시 드라마틱한 트릴로 마무리합니다. 소니 롤린스는 이런 홉킨스의 기교를 받아서 자신만의 개성있는 트릴로 솔로의 모티브를 잡아 멜로디를 전개해 갑니다. 롤린스의 이 인상적인 솔로가 끝나면 홉킨스가 다시 롤린스의 트릴을 다시 되받아서 자신의 트릴을 쓰며 롤린스와 함께 멋지게 곡을 마감하는 겁니다.
All The Things You Are에서는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의 솔로를 주목해야 합니다. 콜맨 홉킨스의 솔로가 끝난 뒤 3분 14초부터 시작되는 그의 피아노 솔로는 매우 혁신적이기 때문이지요.
블레이는 관습적인 패턴으로 연주하는 베이스, 드럼에 맞추어 가면서도 코드 스케일에서 벗어난 컨템포러리한 사운드, 또한 블레이만의 오리지널한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혁신적인 연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연주된 All The Things You Are에서 이런 방식으로 솔로한 피아니스트가 있었는지 저로서는 딱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3코러스 솔로 하는 동안 키쓰 자렛이 연상되는 것도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 같군요. (키쓰 자렛의 초기 연주에서 폴 블레이의 영향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이들 각각의 사운드 색채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이 앨범을 감상하는 것이 좀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됩니다.
Sonny Meets Hawk 앨범은 1999년에 리마스터링 되어 나오면서 64년 발매된 RCA 소속 게리 버튼, 클락 테리 등이 참여한 <3 In Jazz>중에서 소니 롤린스 쿼텟의 You Are My Lucky Star, I Could Write A Book,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등 세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 있습니다.
녹음일: 1963년 7월 15일, 18일 RCA Victor studios, New York
연주자: Sonny Rollins (tenor saxophone), Coleman Hawkins (tenor saxophone), Paul Bley (piano), Roy McCurdy(drums)
Henry Grimes (bass : 3,4,6), Bob Cranshaw (bass:1,2,5)
연주곡
1. Yesterdays
2. All the Things You Are
3. Summertime
4. Just Friends
5. Lover Man
6. At McKie's
<보너스 트랙>
녹음일: 1963년 2월 20일, RCA Victor studios
연주자: Sonny Rollins (Tenor saxophone), Don Cherry (Trumpet), Henry Grimes (Bass), Billy Higgins (Drums)
7. You Are My Lucky Star
8. I Could Write A Book
9.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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