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26 April 1889 – 29 April 1951)
지난 가을에 구입했던 비트겐슈타인 전집을 끝내었다. 끝내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든 글자들을 읽었다는 말이 될 것이지만 그의 사상을 모두 이해하고 장악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알고 있던 부분은 명확해졌고 애매모호하다고 여겨졌던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나로서는 장악됨이 까다로운 사람이다.
비트겐슈타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천재, 우울함, 완고함 등이다. 나는 그의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대학 시절 꽤나 열심히 그의 개론서들을 읽었다. 전공 과목 중에 '분석 철학'을 몹시 좋아했는데, 그 수업 시간이 되면 너무나 흥분이 되어서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비트겐슈타인의 얘기가 나오면 맨 앞에 앉아서 숨을 죽이며 들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책들을 늘어놓고 복습을 했다. 나의 학습 방법은 거미가 집실을 방사하듯 참고 서적들을 토대로 의문-해결-의문-해결-미완-정지-다른 접근-해결 이런 식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이었다. 비트겐슈타인 덕분에 나는 관념적인 철학에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사실 이 방법이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나로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철학적 사고가 진정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었고 형이상학이라는 무거운 장식물을 벗어던지는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논리학은 비트겐슈타인 공부에 큰 도움을 주었다. 지금도 잊지 못했던 일은 논리학 수업의 경우 제 딴에는 교수님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핑계로 수업을 자주 빠졌다. 뒤늦게 시험 공부를 위해서 논리학 책을 독학할 수 밖에 없었는데, 세상에서 이렇게 재미있고 즐거운 학문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 엉망 학생이 시험 직전의 미친듯한 열정의 공부로 최고의 성적을 받았던 기억. 지금도 증보판 논리학 책을 종종 읽어보곤 한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보통, 논고)>는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현대 철학의 언어적 전환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문제들은 우리의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철학은 언어의 논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발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으면 안된다.
비트겐슈타인은 단순한 사물의 집합이 사실을 이루지 않는다는 문구로 논고를 시작한다 .(p.19-20)
그리고 그는 사실을 구성하는 '사물'을 사실로부터 끄집어냄으로써 가능성의 공간으로 나아간다.
1*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이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
1.13 논리적 공간 속의 사실들이 세계이다.
1.2 세계는 사실들로 나뉜다.
논고의 이 마지막 구절은 유명하고,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6.53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자연 과학의 명제들---그러므로 철학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떤 것--이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고, 다른 어떤 사람이 형이상학적인 어떤 것을 말하려고 할 때는 언제나, 그가 그의 명제들 속에 있는 어떤 기호들에다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였음을 입증해 주는 것, --이것이 본래 철학의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이 방법은 그 다른 사람에겐 불만족스럽겠지만--그는 우리가 그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으리라--이 방법이 유일하게 엄격히 올바른 방법이다.
6.54 나의 명제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의해서 하나의 주해 작업이다. 즉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만일 그가 나의 명제들을 통해--나의 명제들을 딛고서--나의 명제들을 넘어 올라간다면, 그는 결국 나의 명제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는 말하자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간 후에는 그 사다리를 던져 버려야 한다.) 그는 이 명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면 그는 세계를 올바로 본다.
7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영철 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완역한 이 전집은 철학도들에게 대단히 유용할 것이라 믿는다. 이영철 교수의 완역본을 토대로 기회가 될 때 마다 틈틈히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소개해보려한다.
선집 전체 목록
1.《논리-철학 논고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1921)
2.《소품집》
3.《청색 책·갈색 책 The Blue and Brown Books》(1958)
4.《철학적 탐구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1953)
5.《쪽지 Zettel》(1967)
6.《확실성에 관하여 Über Gewißheit》(1969)
7.《문화와 가치Vermischte Bemerkungen/Culture and Value》(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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